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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영의 눈앞에 있는 것은 갓 스무 살이 된 패기 넘치는 백제하였다. 그런데도 그는 음악실 앞에서 처음 만났던, 청량감 가득하던 열일곱 소년일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.
노골적인 관심, 호감, 애정.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았다. 아니, 못 본 시간 동안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.
“손잡는 것도 데이트도 키스도 다 선배랑 하고 싶어요. 내 처음은 전부 다 한세영이랑 하려고 아껴 뒀어요.”
“그럼… 해. 나랑.”
도장을 찍는 것처럼 세영이 입술을 꾹 눌렀다. 입술을 짓누르고만 있는데도 미칠 듯이 좋아서 제하의 숨이 거칠어졌다.
제하는 본능적으로 혀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. 마치 그 안에 아주 맛있는 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. 정신을 놓고 세영의 입 안을 장악하다가 등을 퍽퍽 치는 손길을 느끼고 몸을 뗐다.
“하아! 하… 아…!”
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던 세영이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.
“미치겠네. 남들은 어떻게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해요?”
저릿저릿한 입술을 손등으로 훔친 제하가 쓰게 웃었다. 밤공기가 쌀쌀한데도 키스 한 번에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땀이 다 났다.
방금 한 행위가 진짜 키스가 맞나 싶기도 했다. 키스라는 게 이리도 게걸스럽게 서로의 타액을 탐하는 거였나.
“다시 해요. 이번에는 더 잘할 테니까.”
©나야 / ©이야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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